제공된 자료는 1920년대 초기 연구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소련과 그 후계 국가들의 원자력 발전사를 지리적 관점에서 분석합니다. 이 서적은군사적 목적의 핵무기 개발이 어떻게 점차민간 전력 생산으로 확장되었는지 상세히 다루며, 특히 VVER과 RBMK라는 두 가지 핵심 원자로 기술의 확산 과정을 설명합니다. 저자들은 핵 시설이 주변수자원 및 생태계와 맺는 복잡한 상호작용뿐만 아니라, 원자력 발전소 공급을 위해 건설된 **전용 도시인 '아톰그라드'**의 사회적 특성을 조명합니다. 또한체르노빌 사고가 초래한 기술적 정체와 정치적 변화를 분석하며, 핵연료 주기와 전력망을 통해 연결된 거대한 **'핵 군도'**의 형성 과정을 추적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연구는 최근의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역 내 핵 시설 안전과 국제적 관계에 미친 영향까지 포괄적으로 검토합니다.
소련의 핵 군도(The Soviet Nuclear Archipelago)
요약
본 문서는 페르 회그셀리우스(Per Högselius)와 아힘 클뤼펠베르크(Achim Klüppelberg)의 저서 "소련의 핵 군도"에서 발췌한 내용을 바탕으로, 소련의 핵에너지 역사를 공간적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분석한다. 이 분석의 핵심 개념은 '핵 군도(Nuclear Archipelago)'로, 이는 지리적으로는 분산되어 있지만 기술, 전력망, 핵연료주기를 통해 복잡하게 연결된 소련의 핵시설 네트워크를 지칭하는 은유이다.
소련의 핵 산업은 대규모 기술 시스템(Large Technical System, LTS)으로 이론화되며, 개별 시설은 지역의 지리 및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환경기술적 시스템(envirotechnical system)'으로 개념화된다. 이 시스템의 동학은 두 가지 수준의 '얽힘(entanglements)'을 통해 설명된다. 첫째, '미시적/중시적 얽힘'은 각 핵시설이 냉각수 확보를 위해 강과 호수를 변형시키고, 새로운 '원자력 도시'를 건설하며 지역 경관을 재편하는 과정을 포함한다. 둘째, '거시적 얽힘'은 군도 내 섬들(시설들) 간의 상호의존성을 의미하며, 이는 세 가지 핵심적인 층위로 구성된다.
1.기술적 얽힘: VVER(가압수형 원자로)과 RBMK(흑연감속 비등경수 압력관형 원자로)라는 두 가지 주요 원자로 기술을 중심으로 형성된 별도의 전문 기술 네트워크. 특히 'VVER 지대'는 중앙유럽과 핀란드까지 확장되었다.
2.전력망 얽힘: 원자력 발전소들이 광역 송전망에 통합되어 소련 공화국들과 중앙유럽 국가들 사이에 전력 상호의존성을 창출했다.
3.핵연료주기 얽힘: 우라늄 채굴부터 농축, 핵연료 가공, 그리고 사용후핵연료의 재처리(계획)에 이르는 복잡한 공급망으로, 철도 운송에 크게 의존했다.
소련의 핵 역사는 초기 연구 단계와 핵폭탄 개발을 거쳐 세 차례의 민간 원자력 '붐'으로 전개되었다. 제1차 붐(1967년~)은 VVER-440과 RBMK-1000 원자로의 대규모 건설로, 제2차 붐(1970년대 중반~1980년대 중반)은 더 강력하고 안전한 VVER-1000 원자로의 부상으로 특징지어진다. 1986년 체르노빌 참사는 제2차 붐을 급작스럽게 종식시켰고, 이후 경제 위기와 맞물려 장기적인 침체로 이어졌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경제가 회복되면서 중단되었던 프로젝트들이 재개되는 탈소련 시대의 '제3차 붐'이 나타났다.
소련 붕괴는 이 핵 군도를 정치적으로 분열시켰고, 특히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지정학적 긴장을 심화시켰다. 우크라이나와 발트 3국 등은 러시아의 핵 기술 및 연료 의존에서 벗어나려 노력하고 있으나, 수십 년간 형성된 기술적 경로 의존성으로 인해 완전한 단절은 여전히 어려운 과제로 남아있다. 이처럼 소련의 핵 군도는 환경적 유산, 지정학적 갈등, 그리고 지속되는 기술적 상호의존성이라는 복합적인 유산을 남겼다.
이 책은 소련의 핵에너지 역사를 지리적, 공간적 관점에서 접근하여 분석한다. 이 분석의 핵심 개념은 '소련의 핵 군도(Soviet Nuclear Archipelago)'로, 이는 소련 및 그 영향권 내에 흩어져 있던 원자력 발전소, 핵연료주기 시설, 연구소, 폐쇄된 '원자력 도시', 시험장 등이 광대한 지리적 거리에도 불구하고 서로 긴밀하게 연결된 네트워크를 형성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 핵심 분석 틀:
◦대규모 기술 시스템 (Large Technical System, LTS): 소련의 핵 산업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기술 시스템으로 간주한다.
◦환경기술적 시스템 (Envirotechnical Systems): 개별 핵시설들이 지역의 지리, 경관, 환경에 의존하고 이를 변형시키는 하위 시스템으로 파악한다.
◦얽힘 (Entanglements): 시스템 내 상호의존성을 설명하는 개념으로, 다음과 같이 구분된다.
▪미시적/중시적 얽힘 (Micro-/Meso-entanglements): 개별 시설과 지역 환경 간의 관계. 예를 들어 냉각수 확보를 위한 강의 댐 건설, 원자력 도시 개발 등.
▪거시적 얽힘 (Macro-entanglements): 멀리 떨어진 시설들 간의 상호의존성. 기술, 전력망, 핵연료주기의 세 가지 층위로 분석된다.
• 민간과 군사 부문의 통합: 이 책은 민간 원자력과 군사 핵무기 프로그램을 분리하지 않고, 동일한 기술 기반을 공유하는 단일 시스템으로 간주한다. 핵 시설 건설에 강제 노동력과 군 부대가 동원된 점 또한 이러한 통합적 시각을 정당화한다.
2. 초기 발전: 문화적, 산업적 토대
소련 핵 군도의 뿌리는 1920~30년대의 과학 연구와 산업 발전에서 찾을 수 있다.
• 초기 핵 연구:
◦레닌그라드: 초기 핵 연구의 중심지. 물리 기술 엑스선 연구소(물리학)와 국립 라듐 연구소(방사화학)가 상호 보완하며 원자핵 연구와 핵연료주기 기술의 토대를 마련했다.
◦모스크바와 하르키우: 모스크바는 수도 이전 후 점차 중요성이 커졌고, 우크라이나의 하르키우 물리 기술 연구소도 주요 연구 거점 중 하나였다.
◦1930년대 스탈린의 대숙청에도 불구하고 소련의 핵물리학과 방사화학은 제2차 세계대전 직전까지 빠르게 발전했다.
• 자원 및 산업 기반:
◦우라늄 확보: 라듐 연구소는 과학 연구를 위해 중앙아시아 페르가나 계곡 등에서 자체적으로 우라늄 채굴을 시작했다. 초기에는 우라늄 탐사가 정체되었으나, 1939년 핵분열 발견 이후 '우라늄 문제 위원회'가 설립되면서 재개되었다.
◦중공업 기반: 제정 러시아 말기와 소련 초기의 산업화 과정에서 성장한 이조르스크 공장, 키로프 공장, 엘렉트로실라 등은 훗날 원자력 설비 생산의 핵심 역할을 담당했다.
◦대규모 인프라: 전국적인 철도망 건설과 '전 국토의 전기화' 정책에 따른 드네프로스트로이 수력발전소와 같은 대규모 수력 공학 프로젝트는 핵 군도 건설의 기반이 되었다.
3. 핵폭탄 개발과 군사적 지리
제2차 세계대전 중 시작된 소련의 핵폭탄 프로젝트는 소련 핵 군도의 지리적 배치를 결정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Map 3.2 <Sites of relevance for the Soviet atomic bomb project>
• 개발 경로: 이고르 쿠르차토프의 주도하에 미국과 마찬가지로 우라늄 농축과 플루토늄 생산 두 가지 경로를 모두 추구했으나, 더 빠르고 저렴한 플루토늄 경로에 집중했다.
• 군사 핵 시설의 지리:
◦연구 및 실험: 독일군으로부터 안전해진 모스크바가 새로운 연구 중심지로 부상했으며, 실험용 원자로 F-1이 건설되었다.
◦우라늄 공급: 1945년 이후 체코슬로바키아의 야히모프 광산과 동독의 에르츠게비르게 산맥에서 대량의 우라늄을 확보했다. 에스토니아의 실라마에에서는 저품질 우라늄 채굴 및 가공 시설이 건설되었고, 이후 중앙유럽의 우라늄 광석을 처리하는 중요 거점이 되었다.
◦플루토늄 및 고농축 우라늄 생산:
▪마야크 생산협회 (첼랴빈스크-40/오제르스크): 우랄 산맥에 위치한 최초의 대규모 플루토늄 생산 단지. 폐쇄 도시 오제르스크가 인근에 건설되었다.
▪톰스크-7 (세베르스크) 및 크라스노야르스크-26 (젤레즈노고르스크): 시베리아에 위치한 추가 핵 단지들로, 고농축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생산했다.
◦핵폭탄 조립 및 실험:
▪아르자마스-16 (사로프): 핵폭탄 조립을 위한 비밀 도시.
▪세미팔라틴스크 실험장 (카자흐스탄): 1949년 첫 핵실험을 포함해 총 450회 이상의 핵실험이 진행된 주요 실험장.
▪노바야젬랴: 더 강력한 열핵무기 실험을 위해 북극해에 마련된 추가 실험장.
• 초기 핵 재앙:
◦키시팀 참사 (1957): 마야크의 핵폐기물 저장 시설 폭발로 광범위한 지역이 방사능에 오염되었으나, 1989년까지 비밀에 부쳐졌다.
◦카라차이 호수 오염 (1967): 마야크의 오염된 카라차이 호수가 마르면서 방사성 먼지가 바람에 날려 주변 지역을 오염시켰다.
4. 평화적 원자력 시대의 개막과 원자로 유형
핵폭탄 개발 성공 이후 소련은 핵분열 에너지를 다른 목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 군사 기술의 민간 전환:
◦잠수함 추진용 원자로 개발 경험은가압수형 원자로(VVER)기술의 토대가 되었다.
◦플루토늄 생산용 흑연감속 원자로 기술은RBMK 원자로로 발전했다.
• 선구적 원자력 발전소:
Map 4.1 <The geography of pioneering reactors in the Soviet nuclear archipelago>
◦오브닌스크 원자력 발전소: 1954년 가동을 시작한 세계 최초의 상업용 원자력 발전소.
◦톰스크-7: 플루토늄 생산과 전기/열 생산을 겸하는 이중 목적 원자로를 최초로 가동했다.
◦노보보로네시 및 벨로야르스크: 각각 VVER과 RBMK 기술의 대규모 상업화를 위한 시범 발전소 역할을 수행했다.
• 두 가지 주요 원자로 유형:
원자로 유형
약어
기반 기술
특징 및 안전성
가압수형 원자로
VVER
해군 잠수함 추진용 원자로 기술에서 발전
• 물(경수)을 감속재와 냉각재로 모두 사용함. • 소련 철도의 운송 표준에 맞춰 설계되어 콤팩트한 구조를 가짐. • RBMK보다 안전하다고 평가되나, 초기 모델(VVER-440/230)은 사고 시 방사능 유출을 막는 완전 격납 건물이 없었음.
흑연감속 비등경수 압력관형 원자로
RBMK
군사용 플루토늄 생산로 기술에 기반
• 흑연을 감속재로 사용하는 '채널형' 구조가 특징임. • 별도의 격납 건물이 설계되지 않았으며, 구조적 결함으로 인해 본질적인 불안정성을 가짐. • 1986년 체르노빌 사고가 발생한 원자로 유형임.
• 고속 증식로 (Fast Breeder Reactor): 핵연료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닫힌 핵연료주기' 비전의 일환으로 초기부터 개발이 시작되었다. 카자흐스탄 셰브첸코(악타우)에 BN-350 시범 원자로가 건설되었다.
5. 제1차 붐과 핵 군도의 확장 (1967년~)
1967년부터 소련은 표준화된 VVER과 RBMK 원자로를 기반으로 민간 원자력 발전소 건설에 박차를 가했다.
• VVER 지형:
◦북극의 콜라 반도에서 남쪽의 아르메니아까지 광범위한 지역에 걸쳐 건설되었다.
◦주로 중소 규모의 강에 위치했으며, 냉각수 확보를 위해 댐 건설, 냉각 연못 조성 등 대규모 수력 공학 프로젝트를 동반했다.
◦주요 발전소: 노보보로네시, 콜라, 아르메니아, 리우네(우크라이나).
<Novovoronezh>
Map 5.1 <Envirotechnical entanglements at Novovoronezh>
• RBMK 지형:
◦소련 북서부의 비교적 좁은 지역에 집중되었다.
◦주요 발전소: 레닌그라드(최초의 해수 냉각), 체르노빌, 쿠르스크, 스몰렌스크. 이들 내륙 발전소들은 거대한 인공 냉각 연못을 조성하여 주변 경관을 급격히 변화시켰다.
Map 5.2 <Map of Chernobyl NPP and its cooling pond as of 2019>
• 중앙유럽 및 핀란드로의 확장:
◦VVER-440 원자로 수출이 활발히 이루어졌다.
◦다뉴브 강 유역: 불가리아의 코즐로두이, 헝가리의 팍스, 체코슬로바키아의 야슬로프스케보후니체 등 다수의 원전이 건설되어 다뉴브 강은 핵에너지의 중심지가 되었다.
◦발트 해 연안: 동독의 그라이프스발트, 핀란드의 로비사가 건설되었다.
◦호수: 폴란드의 자르노비에츠는 호수를 냉각수로 사용하려 했으나 완공되지 못했다.
Map 5.3 <Reactor sites of relevance for the first boom phase.>
6. 거시적 얽힘의 진화
제1차 붐 시기에 핵 군도 내 시설들 간의 상호의존성, 즉 '거시적 얽힘'이 세 가지 차원에서 심화되었다.
•기술적 얽힘:
◦'VVER 지대'와 'RBMK 지대'는 각각 고유한 기술 커뮤니티를 형성했다.
◦핀란드와 중앙유럽 국가들은 소련제 VVER 원자로의 안전성 향상을 요구했다. 특히 핀란드는 로비사 원전에 서구식 격납 건물을 설치했고, 이러한 요구는 소련이 안전성을 개선한VVER-440/213모델을 개발하는 계기가 되었다.
Map 8.1 <VVER land. The map includes all VVER reactor projects initiated during the first and second boom phases, and the river basins in which the inland VVER plants were built.>
Map 8. 2 <RBMK land. The map includes all RBMK reactor projects initiated during the first and second boom phases. Note the strikingly limited region in which the RBMK plants were built, compared to the wider geography of VVER land.>
•전력망 얽힘:
◦원자력 발전소들은 광역 송전망('링')에 통합되어 여러 소련 공화국과 산업 중심지에 전력을 공급했다.
◦레닌그라드 원전이 포함된 '북서부 링'은 발트 3국과 벨라루스까지 연결했다.
◦중앙유럽에도 통합 전력망('미르')이 구축되었으며, 우크라이나에서 중앙유럽으로 전력을 수출하기 위한 750kV 초고압 송전선이 건설되었다.
•핵연료주기 얽힘:
◦선두 부문(Front End): 우라늄 광산(소련, 동독 등)에서 채굴된 광석은 시베리아의 농축 시설과 모스크바 인근 엘렉트로스탈의 핵연료 가공 공장을 거쳐 철도를 통해 각 발전소로 운송되었다.
◦후미 부문(Back End): 모든 VVER 사용후핵연료를 마야크의RT-1 재처리 공장에서 재처리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러나 RT-1 건설 지연과 운송 문제로 인해 각 발전소는 자체적인 임시 저장 시설을 건설해야 했다.
◦재처리된 우라늄은 RBMK 핵연료 생산에 재활용될 계획이었다.
7. 제2차 붐과 새로운 지평 (1970년대 중반 ~ 1980년대 중반)
이 시기는 더 강력하고 안전 기능이 강화된 VVER-1000 원자로가 주도했다.
• VVER-1000의 부상:
◦완전 격납 건물을 갖춘 최초의 소련 원자로로, 대도시 인근 건설이 가능해졌다.
◦볼가 강 유역: 발라코보 원전과 같이 기존의 대규모 수력 시설을 활용하여 원전을 건설하려는 계획이 추진되었으나, 대부분 실현되지 못했다.
◦우크라이나와 리투아니아: 자포리자 원전(유럽 최대 규모), 남우크라이나 에너지 복합단지, 이그날리나 원전(강력한 RBMK-1500 모델) 등 대규모 투자가 집중되었다.
Map 8. 3 <Envirotechnical entanglements at Balakovo NPP. This plant relied on the Volga and, in particular, the Saratov Reservoir for cooling water supplies. The map shows how the nuclear builders opted to create, as part of the reservoir, a separate cooling pond. The Saratov hydroelectric station and the town of Balakovo are located a short distance downstream from the nuclear facility, which is surrounded by agricultural fields.>
• '에너지 복합단지' 개념:
◦기드로프로엑트(Gidroproekt)의 비전: 원자력 발전소를 댐, 양수 발전소, 관개 시설 등과 결합하여 지역 전체의 수자원을 통합 관리하는 개념. 남우크라이나 에너지 복합단지가 대표적인 사례다.
◦돌레잘(Dollezhal)의 비전: 핵연료주기의 모든 단계를 한곳에 모아 위험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운송을 최소화하자는 구상이었으나 실현되지 않았다.
8. 체르노빌 이후: 침체기와 제3차 붐
• 침체기 (1986년 이후):
◦1986년 체르노빌 참사는 제2차 붐을 중단시켰다. 대중의 반대, 경제 위기, 정치적 혼란 속에서 수많은 원전 프로젝트가 중단되거나 폐기되었다(예: 크림, 타타르, 바시키르, 스텐달, 자르노비에츠).
◦RBMK 원자로 건설 라인은 완전히 폐기되었다.
• 제3차 붐: 탈소련 시대의 르네상스 (2000년대 이후):
◦경제 회복과 함께 소련 시절 중단되었던 다수의 프로젝트가 재개되어 완공되었다(예: 로스토프(볼고돈스크), 칼리닌, 리우네, 모호우체, 테멜린).
◦벨라루스에 새로운 원전이 건설되는 등 신규 프로젝트도 추진되었다.
• 해체와 단절:
◦안전성 문제로 많은 구형 원자로가 폐쇄되었으며, 특히 이그날리나(리투아니아), 코즐로두이(불가리아) 등의 폐쇄는 해당 국가들의 EU 가입 조건이 되기도 했다.
◦발트 3국은 러시아-벨라루스 전력망에서 분리하여 EU 전력망에 동기화하는 작업을 추진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산 핵연료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미국 웨스팅하우스와의 협력을 강화했다.
9. 결론: 분열된 유산과 불확실한 미래
소련의 핵 군도는 냉전 시대의 기술적 성취와 비극적 재앙을 동시에 상징하는 복합적인 유산을 남겼다.
•분열된 유산: 소련 붕괴 후 핵 군도는 정치적으로 분열되었다. 특히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체르노빌과 자포리자 원전을 군사적 목표물로 만들면서 핵 시설을 '무기화'했고, 이는 러시아와 다른 국가들 간의 핵 협력 관계를 근본적으로 파괴하고 있다.
•지속되는 얽힘: 정치적 분열에도 불구하고, 'VVER 지대'에 속한 국가들(우크라이나, 체코, 슬로바키아, 헝가리, 불가리아)은 여전히 기술적 경로 의존성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들 국가는 러시아 기술과 연료 공급에 대한 의존을 줄이려 노력하고 있지만, 기존 원자로 운영과 유지보수를 위해 일정 수준의 협력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불확실한 미래: 러시아의 국영 원자력 기업 로사톰(Rosatom)은 소련 붕괴 이후 오히려 세계 원전 건설 시장의 지배자로 부상하며 핵 군도의 영향력을 역설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지정학적 재편은 구소련 핵 군도의 미래를 극도로 불확실하게 만들고 있다. 정치적 단절 의지와 기술적 상호의존성 사이의 긴장이 앞으로 이 지역의 핵에너지 지형을 결정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