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자료/서부유럽

프랑스 중앙집권체제 유산과 코로나 바이러스

bus333 2020. 4. 4. 17:50

지리 선생의 눈으로 본 이번주 이코노미스트에서 고른 재미있는 지도입니다.

지도의 제목은 Evil From The East (동쪽에서 온 악마)

The Economist - 2020.04.04

 

왜 동쪽에서 온 악마라고 표현했을까?

지난 주에 르몽드에서 본 지도도 불현듯 생각나는군요.

 

 

Le Monde - 2020.03.21

[위] 2020.03.18일까지 지역별 코로나 감염자 수 [아래] 인구 10만명당 감염자 수 
(일드 프랑스 + 그랜드 이스트 이 두 지역이 전체의 1/2을 차지하고 있다)

 

3월 18일까지의 코로나 감염자 집계를 보면

파리와 그 주변 지역을 일컫는 '일드 프랑스'에  2693명

그랜드 이스트라 불리는 '동북부지역'에 2163명

이 두 개의 지역에 전체 감염자의 절반이상이 분포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인구 분포 지도

 

프랑스의 인구 분포를 보면 '파리와 그 주변(일드 프랑스)'을 제외하면
도시 인구 규모가 대부분 오십보 백보입니다. 

아래 순위를 한번 보시기 바랍니다.
파리 빼고 2번째로 큰 도시인 '마르세이유'의 인구는 천안보다 조금 더 큰 정도입니다.

 

프랑스 도시 순위 및 인구 규모

(아래에 TGV노선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프랑스는 모든 교통 네트워크가 파리로 통하게 되어 있습니다. 맨 아래 쪽에는 독일 ICE의 노선도도 있습니다. 두 고속철의 노선을 비교해보시면 네트워크 구성에 큰 차이점이 있다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으실 겁니다.)

1위 파리 215만
2위 마르세이유 81만
3위 리옹 42만
4위 툴루즈 37만
5위 니스 35만
6위 스트라스부르 26만
7위 낭트 25만
8위 보르도 21만
9위 몽펠리에 21만
10위 렌 20만

 

 

그런데 왜??

프랑스 동쪽 지역에 코로나 감염자가 많이 분포하고 있는 것일까요?

 

 

유럽 최대의 메갈로폴리스 'Blue Banana' (소득 분포로 살펴본 블루바나나 지도)

 

프랑스 동부 지역 자체로만 보면 대도시는 없지만, 동부 지역은 철도나 도로를 통한 유럽 최대 메갈로폴리스인 '블루 바나나'지역과의 연결성이 좋기 때문에 바이러스의 유입 또한 쉬운 지역이 되었을 것 입니다.

 

 

 

서부 유럽 코로나19 감염자 분포는

블루바나나와 상당한 유사도를 보입니다.

아마, '감염병 = 인구 밀도'의 상관관계 때문이 아닐까 추측합니다.

Le Monde - 2020.04.13

 

 

 

Le Monde - 2020.03.21 (인구 10만명당 의료 시설 분포)

 

환자는 동부지역에 집중되어 있는 반면, 의료 시설은 전국에 흩어져 있습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뭐?

환자를 빠른 시간 내 다른 지역으로 분산시킬 수 있는 것은 뭐?

정답은 떼제베 (TGV)

 

[ (좌측) TGV노선도 (우측) 인구분포+TGV간선로 ] 프랑스 인구는 파리 주변에 완전 집중

 

이코노미스트 기사 도입 첫 부분도 '3월 26일 특별 의료 시설을 갖춘 TGV(떼제베 열차)에 20명의 환자를 태우고 스트라스부르를 떠나 프랑스 서쪽 끝에 위치한 낭트로 향하고 있습니다. (낭트 위치는 맨 위에 지도 참조)' 라고 말하며 기사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환자를 서부로 이송시키기 위해 2대의 전용 TGV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출처 : Les Echos - 2020.04.06)

 

 

 

오늘 기사의 초점은 여기에 있습니다.

서구 국가들 중 비교적 중앙집권적 시스템을 갖고 있는 프랑스이기에

동쪽끝의 코로나 환자들을 신속히 서쪽끝으로 옮길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헌데, 프랑스의 이런 중앙집권적 시스템은 과연 코로나와 같은 위기상황에 도움만 될 것인가? 하는 것이 이번 기사 내용의 핵심 같습니다.

 

 

<프랑스 중앙집권적 권력구조의 대표상징 나폴레옹, 파리 중심의 종주도시도 이 아저씨가..>

 

 

이번 기사 중에 유일하게 다른 폰트로 이탤릭채 스타일로 표기한 단어가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dirigiste'라고 단어였습니다.

사전에서 찾아보니 프랑스의 중앙집권적 시스템을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병상수가 모자란 동부지역의 환자들을 국가의 명령을 통해 병상에 여유가 있는 서부 지역으로 급히 보낼 수 있었던 것은 프랑스 전통의 중앙집권적 방식 덕분이였지만,

이러한 중앙집권적 (dirigiste) 전통이 코로나 사태를 더 악화시킨 면도 있다는 것도 이야기 합니다.

 

그것은 중앙에서 잘못된 판단을 내리면 전 국가적 혼란을 겪을 수도 있다는 것인데

구체적 사례로는 '마스크 대란'을 들고 있습니다.

 

2012년에는 프랑스 재난 계획에 의거 국가가 마스크를 무려 14억장이나 보유하고 있었는데, 코로나가 발생한 현재 1.4억장으로 그 보유량이 1/10로 줄어들었다는 것입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이유인 즉은, 

'쓸데 없이 마스크를 쌓아두지만 말고, 필요할 때 중국이나 기타 다른 나라에서 긴급히 수입할 수있도록 하자'는 재난 대비 전략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제는 이것이 잘못된 정책이였음을 다들 통감하고 있다고 합니다.

 

 

지방 분권의 옆나라 독일과 비교하면서 이 기사를 마무리를 하는데요

<모든 철도는 '파리'로 향하는 프랑스와는 대조적으로 독일의 철도 네트워크가 복잡합니다>

 

중앙집권적 시스템에서는 실험이나 테스트에서 더욱 정밀함을 요구한다고 합니다. 

만약 중앙정부에서 조금이라도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된다면 전 국가적 피해가 갈 것이므로 응급상황에는 즉각적 대처를 하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한국, 중국, 싱가포르, 대만에서는 중앙집권적 전통이 빠른 대처를 할 수 있었던 배경이 되지 않던가요? 정치 모르는 지리 선생에게는 혼란하다 혼란해~)

 

그 이유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이기 때문입니다. 

정밀한 검증 절차를 걸쳐야 하기에 빠른 개발이 어렵고,

개발에 이어 사용허가에도 오랜 고민의 시간이 필요하고 합니다.

 

기사에서는 중앙 정부가 어영부영 하는 사이에 국민들 전체가 혼란을 겪게된 사례로 클로로퀸 개발을 들고 있습니다. (구체적 내용은 아래 기사 원문 참조)

반면 독일의 경우에는 이와는 반대로 지방 분권의 전통이 깊기 때문에

빠른 테스터 개발이 가능했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독일 지방 정부가 책임감이 없다는 뜻은 전혀 아닙니다. 프랑스보다는 유연한 대처를 할 수 있었다는 게 핵심이겠지요.

 

 

 

정치에 관해 잘 모르는 지리 선생이라 기사 내용이 제대로 이해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기회에 프랑스와 독일의 도시 인구 분포를 보니

두 국가의 도시 체계가 참 많이도 다르구나 하는 것은 깨닫고

국가의 도시체계가 정치에 큰 영향을 받고 있음도 알게 되었습니다.

 

 

독일 도시 순위 및 인구 규모 (프랑스에 비해 인구 규모가 훨씬 고른 편이죠?)

1위 베를린 328만
2위 함부르그 169만
3위 뮌헨 119만
4위 쾰른 97만
5위 프랑크푸르트 65만 (경제 수도라는 별명의 도시치곤 인구가 참 적네요)
6위 에센 59만
7위 도르트문트 59만
8위 스투트가르트 58만
9위 뒤셀도르프 57만
10위 브레멘 53만

 

<프랑스는 파리빼곤 허연색, 독일은 Blue banana지역과 베를린에 집중>

 

 

 

아래는 기사 본문입니다.

The Economist - 2020.04.04

 

 

 

 

 

 

 

 

독일-프랑스비교.ppt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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