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같이 몰아치던 일거리도 슬슬 잠잠해지고 있다.
물론 산더미 같은 일이 아직 끝난 것은 아니지만
한숨 돌리고 밀린 신문 읽기부터 다시 시작했다.
출처 : Financial Times - 2018.07.07-08 (Weekend)
그러다 우연히 접하게 된 태국 청소년 축구팀의 실종사건
'아 맞다. 이거 Geowiki 에서 한번 다룰려고 했던 사건였는데...' 하는 생각이 들어서 정보를 찾아봤다.
출처 : 치앙라이 타임즈
사건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치앙라이에서 발행된
치앙라이 타임즈의 사진을 보니 뭔가가 좀 이상하다.
동굴의 기복은 그리 크지 않을텐데
사진 속의 노란색은 능선을 따라 상하로 많이도 움직인다.
출처 : Forbes
그렇지~ 그림을 이렇게 그려야 제대로 알아보지
사라졌던 청소년 축구 선수들과 코칭 스탭이
동굴 입구에서 4Km 떨어진 곳에서 발견되었다.
문제는 동굴의 중간중간 부분이 물로 차서 다시 입구로 돌아 올 수 없다는 것이다.
학생들을 구출하기 위한 유력한 아이디어로는
1. 25~50m 간격으로 산소통을 동굴내에 배치해 놓고
2. 8mm 굵기의 로프를 설치해놓고
3. 학생들에게 잠수복, 부츠, 헬멧, 스쿠바 마스크, 산소통을 착용시키고 구출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보통 신문기사에서는 한가지 고려사항이 빠져있다.
지금이 바로 몬순 시즌이라는 점이다.
북서부의 치앙라이 지역은 7월에 강수량이 가장 많다.
연 평균 강수량은 1700mm가 넘는데
7월이 2번째로 강수가 많은 달이다.
학생들이 고립되어 있는 좁은 장소도
계속되는 강수에 빗물로 가득찰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지하수위가 더 올라오기 전에 구출해야 한다는 점도 고려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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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2018.07.10일 저녁에 모두 무사히 구조되었다는 뉴스를 접했습니다.
아래는 코스별 학생들을 어떻게 구조하였는지를 보여줍니다.
출처 : The Wall Street Journal - 2018.07.11
(구조 작전이 끝나고 나온 기사)
출처 : Der Spiegel - 2018.07.14
(구조 작전이 끝나고 나온 기사)
그림에서 주황색 선은 100% 침수된 구간을 뜻합니다.
여기까지는 뉴스 보도를 기반으로 쓴 글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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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부터는 내 생각(뇌피셜)으로 쓰는 글입니다.
지리 선생님들이 위의 그림들을 봤다면 단박에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이 사건 현장은
석회동굴이다.
치앙마이 주변지역은 융기가 많이 일어난 지역으로
얕은 바다에서 형성된 석회암이 해발고도가 높은 곳에서도 쉽게 발견된다.
출처 : Earth - An Introduction To Physical Geology By Frederick K. Lutgens (12th) (2017) Pearson - 472page
도대체 어떤 지리적인 특징이 있는 곳인지 알아보기 위해서
나도 학생들이 실종된 장소를 구글어스에서 찾아봤다.
왼쪽이 치앙라이 타임즈에 나온 사건 현장 사진이고
오른쪽이 내가 구글어스에서 찾아서 방향을 약간 바꾼 사진이다.
오른쪽 구글어스 영상의 한 가운데를 보면 'V자형' 계곡이 보인다.
(왼쪽에도 V자형 계곡이 하나 더 보인다)
저런 경사가 급한 계곡이 동시에 2개가 있다는 것이 과연 우연일까?
게다가 V자 형으로 파인 정도도 비슷하다
세 장소의 해발고도를 찍어보니 대충 비슷하다.
더 신기한 점은 계곡을 따라 하천이 발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연 강수량이 1700mm나 되는 지역인데
계곡을 따라 흘렀던 물은 어디로 간 것일까?
=> 정답은 아래 왼쪽 그림에 나와 있습니다.
지하로 스며들어서 지표면의 하천이 발달하지 않은 듯 합니다.
왼쪽 그림의 [3단계]를 보면
V자형 계곡이 발달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A, B, C 지점의 높이가 비슷한 이유는
과거 어느 시점의 지하수면 (즉, 침식기준면) 이였음을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왼쪽 그림의 출처는 : Discovering Physical Geography (3rd) Alan F. Arbogast (2014) Wiley 403page
'V'자 계곡 바로 밑까지 물이 차 있다.
출처 : Earth - An Introduction To Physical Geology By Frederick K. Lutgens (12th) (2017) Pearson - 583page
지금 학생들이 구조를 기다리고 있는 동굴이 바로
왼쪽 그림의 [3단계]의 석회 성분이 높은 지하수에 의해 용식되고 있는 동굴보다
살짝 해발고도가 높은 상태의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시말하면
형성된지 얼마 안된 신삥 석회동굴이라고 추정됩니다.
물에 찼다가 빠졌다 찼다가 빠졌다 반복되는..
더 융기하면 물에 빠질일이 없어지는..
(물론 독학으로 지리를 배운 제 생각입니다^^)
하천으로 추정컨데 이 지역의 water table 높이는 평야가 시작되는 385m 언저리 일 듯 합니다.
학생들이 구조를 기다리는 곳은
V자형 계곡 바닥보다 살짝 깊은 지점쯤 될 것 같습니다.
본문과는 상관 없는 얘기지만
근데 아무리봐도
저 넓직한 평야는 '폴리예'같네요
위의 동굴 사건을 한방에 요약해주는 사진 한장을 우연히 퀴즈란에서 발견했습니다.
혹시 이거 정답 아시는 분 계신가요?
출처 : 'Earth' - 2018년 7월호 독자퀴즈란 사진
비가 많이 올때는 동굴위의 V자 계곡이 하천이 되지만
평상시에는 지하동굴로만 물이 빠져나옵니다.
당연히 카르스트 지형이니까 이런 일이 나타납니다만..
이번달 Earth지의 독자 퀴즈는 여기가 어딘지 아시는 분 답을 달라는 것이네요
낚시, 하이킹, 캠핑으로 유명하다는 이 곳은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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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족
Forbe 기사 제목에서 많은 생각이 오간다
Why Hydrogeology Plays Such An Important Role In The Thailand Cave Rescue Operations
지리 교과서에서 토양은 기후단원에 속한다.
이유가 뭘까?
토양 중에서 성대토양이란 것이
위도와 관련이 깊은 (Zonal),
다른 말로는 기후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일 것이다.
제목에서 Hydrogeology가 왜 중요하냐? 라고 말하듯이
수 많은 지리, 지질학 관련 서적에서 카르스트는 상당수가
Ground Water 단원에서 나온다.
인류에게 가장 소중한 물을 담을 수 있는 육지의 물질로는
대표적으로
사암(카나트의 대수층의 mother well에 해당하는 지층의 상당수가 사암층),
모래(해안 사구 관련)
그리고 유럽의 물탱크 '석회암'층이다.
이 놈의 애증의 석회암이 담고 있는 물의 석회성분은
유럽의 음료 문화에도 큰 영향을 줬다.
카르스트 단원에서 가르쳐야할 핵심은
돌리네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아니라
water table과 관련된 용식이 아닐까 한다.
Water table과 용식에 관한 내용을 배우면
자동적으로 빈 공간이 무너져 내리므로 구덩이 지형도 함께 이해할 수 있을테고...
한국지리, 세계지리 교과서 둘다
카르스트 지형에서 가르쳐야할 핵심 내용을 'Water table', 그리고 '수자원'과 관련 시켰으면 하는 바램이다.
연관자료
https://www.itworld.co.kr/news/110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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